1차

세번째 편지

먼지입니다 2025. 7. 11. 22:51

아젤리아에게.
 
꽃도 나무도 있어요! 오히려 그런것들이 건물 여기저기를 다 덮어버려서 곤란한 경우가 많죠.
난 인간들의 흔적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지금 제일 좋아하는 건 당신이에요.
당신은 인간이죠? 아니면 당신 또한 다른 어떤 종족인가요?
아젤리아랑 만나고 싶어요. 세상을 뛰어넘어서. 그치만, 아뇨. 내 세계에도 그런 기술은 없어요.
그냥 바란 걸 적은 것 뿐. 우리는 아마 영영 만나지 못할거예요.
음. 그렇다면 모두 거짓말로 적을수도 있겠네요.
멸망한 세계의 이야기같은 것 말고, 엄청난 모험과 감동적인 사연을 풀어놓는다면
아젤리아는 계속 답장해주겠죠. 내 편지를 더 기대하게 될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이... 최대한 오래 펜팔 하겠다고 말해줬으니까.
약속이에요. 꼭 지키세요!!!
 
그보다 아젤리아에겐 친구란게 있나보군요. 많나요? 모두 좋은 사람들인가요?
모두 정원사인가요?
그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세요. 관심받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나도 식물들은 보살펴볼까요. 아젤리아가 하는 얘길 듣고보니, 즐거울 것 같기도 하네요.
사실 청소를 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시키는 사람도 없는걸요.
정원사가 될까나. 정원사가 되어야지.
여긴 저밖에 없으니까. 저를 뭐라고 칭할지는 저 자신만이 정할 수 있어요.
게다가 죽은 식물을 치우거나.. 가지나 잎을 깔끔하게 다듬는 건 청소와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좋아!!!!!!!
 
앞으로는 그렇게 해볼게요. 당신을 따라하는거예요!! 분명 즐거울 거예요.
아젤리아가 날 크게 변화시켰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나의 우주를 넘어서 우리가 소통하고 있어요. 서로를 바꾸고 있다고요...
 
나 강아지를 키운적이 있었어요. 30년쯤 전이었는데 함께하고 5년인가 됐을때 쯤 죽고말았어요.
그때는 정말 우울했어요. 제 인생의 암흑기였죠.
그후로는, 다른 동물을 (특히 새가 많이 보여요) 봐도 친구가 되고싶단 생각은 안 들어요.
당신은 죽지않을거죠? 아젤리아의 남은 수명은 몇 년인가요?
 
아젤리아는 정원사인 동시에 에테르 술사인건가요? 에테르 술사는 뭘 할 수 있어요?
왜 되는거예요? 누가 인정해주는거죠? 나도 에테르 술사가 되고싶어요! 간지나니까.
그리고 골렘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아. 내 편지라면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열심히 연구해주세요!! 어떤...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요즘은 너무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에요.
만약 나도 사람이 200명이나 사는 마을로 갈 수 있다면... 그런것들요.
그럼 정말 즐거울텐데...
 
아젤리아는 물렁~한 사람같아요. 장난스럽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요.
제 첫 인간친구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시끄럽나요? 밝아보여요?
그건 좋은 의미로? 나쁜 의미로? 편지의 저는 실제의 저예요.
아마 그럴거예요. 거짓없이, 비밀없이 쓰고있으니까. 아.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당신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싶어요. 그리고 당신의 노래를 듣고싶어요.
 
영원이라면 무조건 좋지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걸까요.
하지만 전 역시.. 마지막 부분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인 책이 제일 좋아요.
아젤리아는 그렇지 않은가요? 저와 영원히 편지를 주고받고 싶지 않나요?
전 그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나를 움직이는 동력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스스로를 수리해본적도 없고, 해부해본적도 몇 번 없어요. 하지만 아마 적절한
부품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을거예요. 그러니까, 어떠한... 어떠한, 마법적인 뭔가가 필요하진 않을거예요.
그렇게 알고있어요. 당신이 말하는 신비로운 힘은 우리세계에는 없는걸로 알고있답니다!
내가 마력으로 움직이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다행이죠?
 
음. 당신의 비밀이 뭔지 감도 안잡혀요.
비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아젤리아의 중대한 비밀에 대해서 아젤리아도 잘 모르는건가요?
음. 다음 질문... 아젤리아의 비밀은... 아젤리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나요?
 
조향사... 그렇다면 당신은 정원사면서 조향사면서 에테르술사인거예요? 엄청 바쁘겠네!
돈도 많이 벌겠어요! 그렇죠? 당신 세계에는 아직도 화폐라는게 큰 가치를 가지고 있겠지요?
인간들은 그것때문에 많이 사라진걸로 알고있어요. 아젤리아도 조심하도록 해요!
 
아. 잠깐. 그런데 마력은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예전에 마력을 사용했단건... 그럼 있다가 사라진건가요?
아무튼 또 선물을 준다면 사양하지 않겠어요. 엄청 기대하고 있을게요! 엄청. 엄청!!!!!!!!
 
우체통의 원리는 저도 통 알수없네요. 나름대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면서 연구해봤는데 시간낭비였어요.
으음. 내가 엄청 작다면 우체통안으로 들어갈텐데. 그리고... 그렇다면 당신에게 갈 수 있을텐데.
아냐. 이 얘긴 그만할게요. 되지도 않는 바람을 갖는건 어리석은 일이에요. 난 그냥... 아젤리아랑 이렇게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요. 친구가 생긴게 기뻐요. 다른 세계를 알 수 있어서 기뻐요.
 
아무튼 오늘 편지도 이만 줄일게요. 제 선물을 기뻐해주시면 좋겠어요.
 
당분간은. 이라는 말 쓰지마세요. 또 그런 말을 적는다면 화가 난 안드로이드가 무슨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될거예요. 당신을 몹시 좋아하는 메이비가!
 
 
 
 
 

(편지와 함께 동화책이 배달되었다. 큼직큼직한 글씨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잔뜩 그려져있다.
책을 펼치면 맨 앞장에 휘갈겨쓴 글이 보인다. '아젤리아의 말대로, 나한테 특별하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걸 줄게요! 난 이 책을 100번은 넘게 읽었으니 아마 잊어버리지 않을거예요. 나의 친구에게.'
동화책은 버려진, 한때 참치를 담았던 통조림캔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마지막엔 귀여운 토끼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숲속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된다. 해피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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